Update. 2024.05.17 15:36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김남표 작가의 개인전 ‘Origin-Instant Landscape’를 준비했다. 2020년 11월 개인전 ‘검질’ 이후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김남표의 두 번째 전시다. 김남표 작가는 2020년 개인전을 가진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호리아트스페이스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확장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15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인조모 바늘을 이용한 스크래칭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은 관람객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섬세함의 극치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바늘로 김남표가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으로 1점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간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만 혹은 수십만번의 미세한 터치를 가해야 원하는 장면을 얻어낼 수 있는 회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김남표는 종교적 차원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화에서 숭고는 영원해야 한다고 믿는 점에서 그는 본질주의자이며 진정한 회화주의자”라며 “현실에서 숭고를 느끼고 찾아야 한다고 믿는 부분에서 수평적 숭고의 실천자”라고 설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는 시종일관 신중했다. 대화 도중 뜸을 들여 단어를 골랐다. 한 줄의 ‘작가 소개’를 고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작품 속 무명작가인 ‘나’와는 달랐다. 김영권 작가가 ‘문제작’ <대통령의 뒷모습>을 들고 <일요시사>를 찾아왔다. 큰 키에 구부정한 자세를 한 남성이 <일요시사> 편집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모자를 한 손에 쥐고 가방을 옆으로 맨 채로 연신 물을 마셨다. 가방 안에는 손바닥만한 수첩과 볼펜, 최근에 나왔다는 신작, 그리고 초고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4일 오후였다. 과거와 현재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건 작가 입장에서 큰 모험이다. 독자에게 배경 설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는 대신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사건을 다룰 때는 그 민감함의 수준이 끝없이 높아지곤 한다. 김영권 작가가 내민 원고지 1200장 분량의 시사 에세이 <대통령의 뒷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서울 해방촌에 자리한 무지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느 쪽이 더 강한 지는 맞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변죽만 울리던 검찰과 거대 야당이 제대로 맞붙는 모양새다. 선공은 검찰이다. 전초전이 길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돌기 시작한 전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칼끝을 다듬었고 민주당은 방패로 삼을 법안을 만들었다. 검찰의 최종 목표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등 여러 겹의 방패를 둘러 입었다. 변죽만 울리다 처음에는 집안싸움이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특정 업체에 이익금이 집중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금이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로비 의혹도 함께 부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무렵 추진된 사업이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갤러리이배에서 박효진과 배상순의 ‘예술의 품격(The Dignity of Art)’ 전시를 준비했다. 두 작가는 영국(박효진)과 일본(배상순)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술에서 품격은 작품의 진정한 가치나 그 작품이 지니는 위엄을 뜻한다. 미술작품이 품격을 갖춘다는 것은 공감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고무시키는 데 있다. 매개체 이런 점에서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얼룩진 박효진의 조각은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공허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삶의 방향성에 대해 우아하게 설득하는 매우 품위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배상순의 벨벳회화는 흑백의 단색과 무수한 선으로 구성된다. 시간의 축적과 함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파장과 깊이를 표현한다. 이는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관람객으로 하여금 인간 내면의 성찰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미술작품은 형태, 색채, 재료, 기술 등에 의해 만들어진 작가의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산물이다. 인간으로서 작가의 영혼이 스며든 미술작품은 품격을 지닌다. 작가는 창작한 작품에 품격을 부여하고 관람객은 그 품격을 공유한다. 인간의 욕망 공허의 역설 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악마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10여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다음 달 사회로 돌아온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또 다른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지 2년 만이다. 출소 일자가 다가오면서 범행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의 신상이 공개되는 성범죄자 알림e도 못 믿겠다는 반응이다. 2017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력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징역 15년의 징역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또 다른 악마 해당 청원에는 무려 61만5000명의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청와대 혹은 정부 관계자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두순 사건 때문에 성폭력특례법이 강화됐고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과 그 틈새를 이용한 시행령이 맞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기싸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칼이 겨누는 곳에는 야당 대표가 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를 뜻하는 검수원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사권 전쟁 정치권으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검찰은 4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 인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인사와 검찰총장 지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는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까지 치솟는 모양새다. 검수원복 시행령(7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10일) 등 검찰 수사권 관련 굵직한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한 번 처리되면 번복은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최정아갤러리에서 조각가 정현의 ‘정현 드로잉 개인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신작 드로잉 작품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정현의 드로잉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관람객에게 신작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정현은 평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조각 못지 않은 육중함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을 만든다. 폐 침목이나 버려진 아스팔트 등 폐자재를 재료로 절제되고 응축된 추상에 가까운 인체를 조각한다. 날것의 재료를 통해 예측불허의 우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현은 수천장의 드로잉을 남기곤 했다. 2차원 평면 조각 작업에 앞서 머리와 가슴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거친 콜타르를 이용해 종이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을 신체에서 꺼내 내던져놨기에 정현의 드로잉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정현이 드로잉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석유 원유 제조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는 찌꺼기인 콜타르다. 콜타르는 주로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녹여 도로에 깔린다. 정현은 이 검은색 유상 액체를 목재나 헝겊, 붓 등에 묻혀 떠오르는 감정을 스케치한다. 폐기물에 부여하는 존재감 틀에 갇히지 않은 사유방식 더 이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화재의 가치는 이어받은 자의 의지에 비례한다. 그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그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문화재의 생명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조상이 남긴 눈부신 문화와 그 집약체를 잘 지켜가고 있는가. 650여년 전 인쇄된 한 권의 고서적이 그 대답을 대신하는 듯하다. 바로 직지(直指)다. 1377년, 1455년, 1972년, 1995년, 2001년 그리고 2022년. 정식 서명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고려 우왕 때인 1377년 금속활자로 인쇄된 고서적으로 ‘직지심체요절’ ‘직지’ 등의 약칭으로 불린다.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찍어낸 <성서>보다 78년 앞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았다.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1880년대 후반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콜랑 드 플랑시가 수집한 문화재 중에 직지가 포함돼 프랑스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직지는 상·하 2권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중 하권 1권만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전시돼있다. 1972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책 박람회에서 그 실물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주 작은 혈액이라도 묻어 있기만 한다면 10년, 20년, 100년이 지나도 DNA 검출은 가능하다는 거야. 현대 의학이 피해자에게 준 선물이지.” - 드라마 <시그널> 중 차수현(김혜수)의 대사.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시그널>은 1~2화에서 아동 유괴 사건을 다뤘는데 형사 차수현이 용의자 오연수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DNA를 언급한다.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가 10분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그땐 못 잡아도… <시그널> 차수현의 대사가 현실화됐다. 20여년 동안 장기 미제로 해결이 요원했던 사건이 DNA 식별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시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수사의 쾌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로써 유가족은 물론 경찰에게도 ‘마음의 짐’이었던 장기 미제사건 해결의 길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대전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대전 국민은행 권총 살인강도 사건’ 용의자로 50대 남성 2명을 검거해 구속 수감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21년 만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직 경찰관과 그의 아내가 자살 기도자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혁범 경감과 아내 김유미씨.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에 사는 부부는 주말이면 백련산 오솔길을 산책하곤 했다. 지난 7월30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30분경 백련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부부가 나무 옆에 웅크리고 있는 A씨를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5분경. A씨의 손목은 피로 흥건한 상태였다. 권 경감은 “(A씨의)손목에 5㎝ 정도 자해 흔적이 있었고 주변에 피가 낭자했다. 마치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고 발견 당시를 떠올렸다. 부부가 함께 자주 산에 올라 서대문경찰서서 감사장 받아 권 경감이 손수건으로 A씨의 손목을 압박해 지혈하는 사이 아내 김씨는 119에 신고했다. 이후 부부는 A씨를 부축해 산 아래로 내려왔다. A씨는 산을 내려오는 내내 ‘죽고 싶다, 힘들다’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부부는 A씨를 다독이면서 300m가량 내려와 119에 인계했다. 평소 권 경감은 백련산 오솔길을 맨발로 걷는다고 한다. 이날도 맨발로 걷고 있다가 A씨와 함께 산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김아영 작가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전을 준비했다. 김아영은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에 대한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복합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여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김아영은 영상·사운드·퍼포먼스·소설·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변서사·픽션 만들기, 내러티브성, 세계 구축, 신화 짓기 등의 전개 방식을 통해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영상 미학에서 벗어난 독창적 접근과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김아영은 개인전 ‘문법과 마법’ 전시에서 여성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Ernst Mo)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른스트 모는 Monster(괴물)의 철자를 재배치한 이름이다. 에른스트 모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과 아시아 퓨처리즘 사이에 놓인 가상의 도시 ‘서울’에 산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 댄서의 소속 라이더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라이더는 댄서로 지칭되는데, 일반-파워-마스터-신-고스트 순으로 계급화돼 구분된다. 에른스트 모는 최상의 능력자인 고스트 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명절 연휴지만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집은 한숨이 앞설 전망이다. 물가가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 <일요시사>가 최근 20년간(2003년~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살펴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던 물가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개월 동안 오른 끝에 약간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날씨 영향 물가 상승 기류가 소폭 꺾인 것과는 별개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올해도 올랐다. 코로나19 창궐로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국민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유교식 제사와 차례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례상에는 과일, 육류, 야채 등이 골고루 올라간다. 그렇다 보니 지역별 날씨 상황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문제를 제기한 교수가 보직해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장관이 공석인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환 물러나!” 지난 6월13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정문에서 고성환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문희 방송대 행정학과 교수. 당시 부산지역대학 학장을 맡고 있던 강 교수는 이날 집회를 위해 상경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 감사와 1순위 총장 후보자 선출 과정이 맞물리면서 교내에 고 총장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고 총장은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서는 기관장 승인이 필요한데, 고 총장은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기업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여기에 고 총장이 운영하던 회사가 세금을 체납해 ‘서울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른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의 채무 때문에 고 총장은 급여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고 총장은 교육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은 디지털을 매개로 당대의 고전회화를 현대적인 관점과 이슈, 문화를 접목해 재해석한다. 또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삶의 가치와 행복 등 다양한 메시지를 교감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한 작품에 5분 이상 멈추게 한다는 ‘5분의 미학’으로도 유명하다. 갤러리나우가 다음 달 16일부터 이이남의 개인전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추리라’ 전시를 준비했다. 이이남은 디지털 기술과 동서양의 고전을 접목한 미디어아트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슈퍼미러 위의 페인팅 작업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관람객은 같은 이미지를 페인팅과 영상으로 작업한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현재와 사실 영상에는 이이남이 명화를 패러디해 직접 그리는 페인팅 작업이 담겼다. 두 점의 페인팅 작품은 붓터치를 통해 만나면서 교차된다. 관람객은 두 개의 이미지를 모두 감상하고 교감하게 되는 묘한 시공감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여기에 슈퍼미러 위에 직접 유화물감으로 그린 평면 작품도 소개된다. 미러 위 그림에서는 작품 안에 관람객 혹은 공간이 비춰진다. 관람객은 그 안으로 들어가 작품에 직접 관여할 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질병관리청이 잠잠하다. 이전 정부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됐다. 이달 하순에 이르면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휴가철과 맞물려 확산세가 커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국적인 물난리로 코로나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사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폭증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 유행 예측’에 따르면 다수의 연구팀은 이달 말 20만명 중후반대 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감소 추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바짝 긴장해야 하는 시기인 것. 당장 고령층이 많은 요양병원과 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가동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발생하면서 수해 지역의 코로나 환자를 관리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당장 수해 복구가 급한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정됐다. 전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른바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출신 성분(?)이 향후 국정운영의 가늠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약해진 검찰의 힘을 되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개월 공석 뽑은 사람이… 실제 윤정부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검찰’ 출신이 득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마다 검찰 출신 여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예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앉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장관을 법무부에 입성시킨 배경에는 ‘검찰 정상화’가 거론된다. 윤 대통령 자체가 검찰 권한 약화를 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도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은 ‘산 증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장례는 일반인의 인식보다 훨씬 전문적인 영역이다. 타인의 죽음을 자주, 가까이에서 보는 일부 특수 직업을 제외하면 일반인이 장례를 치르는 횟수는 평생에 걸쳐 한 손에 꼽는 게 대부분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인은 그만큼 장례 영역에 무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평균 약 30만명이 사망한다. 202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그해 총사망자 수는 30만4948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835명이 세상을 떠나는 셈이다. 진짜 무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망자 수는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피부로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 개인이 평생 살아가면서 장례를 직접 치루는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 여기에 장례업이 성행하면서 개인이 장례에 관여하는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대형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장례지도사도 크게 늘었다. 전화 한 통이면 장례의 A부터 Z까지 모든 절차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넘치도록 많아졌다. 그 결과 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의 갤러리 봉산문화회관에서 민성홍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전을 준비했다. 민성홍은 ‘버려진 것’에서 내재성과 관계성, 그리고 시간성을 바라보는 작가다. 민성홍의 작품에 접근하려면 먼저 ‘버려진 것’에 대한 의미부터 풀어봐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더욱 사용횟수가 늘어난 일회용품부터 오래됐거나 쓰임새가 다된 물건 등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쉽게 버려지고 있다. 쓰레기 그렇다고 민성홍이 환경에 대한 의미나 재활용에 집중하는 작가는 아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적으로 재탄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재성과 관계성, 시간성을 바라보려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상하로 길게 늘어진 일상적 풍경, 두 개의 산을 마주하게 된다. 산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수많은 메타포가 숨어있다. 산수화 이미지를 현수막에 출력해 구멍을 뚫은 위장막에 박음질해 화려한 레이스로 꾸몄다. 구슬 꿰기, 카펫에 출력한 산수화 등 정성 어린 수공예품 같은 다채로운 모습은 의미를 더욱더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위장막 안에는 옷걸이와 수집된 가구가 결합해 불완전한 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서 시작된 행정소송이 교육부의 완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요시사>가 해당 행정소송의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국대학교 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일 듯하다. 이 시기 건국대는 온갖 사건에 휘말렸다. 전·현직 이사장은 물론 학교 자체가 입길에 올랐다. 유자은 이사장은 국정감사에 불려갔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건국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국감 출석 장관 지적 일련의 사건에서 시발점이 된 게 바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법인)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사용이 문제였다. 앞서 건국대는 7000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 사용과 관련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대보증금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8월말 노조(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지부)를 중심으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페이지룸8에서 맹일선 작가의 개인전 ‘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전을 준비했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맹일선의 목탄 드로잉 시리즈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맹일선은 개인전 ‘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에서 이전 작업과의 대비, 그리고 연결점을 드러냈다. 여기에 정물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형상에 대한 당위성도 보여주고 있다. 재 그는 그림을 그리는 데 가장 기초적 그리기 도구인 종이와 막대 모양의 숯, 즉 목탄을 이용해 기본에 충실한 그리기 행위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규정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오브제는 정물화에 대한 관념을 비껴가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달성하려는 ‘대칭’에 대한 목표를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정물 느와르’에서 선보이는 오브제의 변주는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는 오브제들’에서 발표한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규칙성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장식적인 디테일이 늘어나고 날선 진열대 위에 올라가 있지만 금방이라도 변형되고 화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처럼 보인다. 맹일선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목탄 드